유니온 숍 협정의 효력 제한
- 대법원 2019. 11. 28. 선고 2019두47377 판결 -
【 판 결 요 지 】
[1] 근로자에게는 단결권 행사를 위해 가입할 노동조합을 스스로 선택 할 자유가 헌법 상 기본권으로 보장되고, 나아가 근로자가 지배적 노동조합에 가입하지 않거나 그 조합원 지위를 상실하는 경우 사용자로 하여금 그 근로자와의 근로관계를 종료시키도록 하는 내용의 유니온 숍 협정이 체결되었더라도 지배적 노동조합이 가진 단결권과 마찬가지로 유니온숍 협정을 체결하지 않은 다른 노동조합의 단결권도 동등하게 존중되어야 한다. 유니온 숍 협정이 가진 목적의 정당성을 인정하더라도, 지배적 노동조합이 체결한 유니온 숍 협정은 사용자를 매개로 한 해고의 위협을 통해 지배적 노동조합에 가입하도록 강제한다는 점에서 허용 범위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2] 근로자의 노동조합 선택의 자유 및 지배적 노동조합이 아닌 노동조합의 단결권이 침해되는 경우에까지 지배적 노동조합이 사용자와 체결한 유니온 숍 협정의 효력을 그대로 인정할 수는 없고, 유니온 숍 협정의 효력은 근로자의 노동조합 선택의 자유 및 지배적 노동조합이 아닌 노동조합의 단결권이 영향을 받지 아니하는 근로자, 즉 어느 노동조합에도 가입하지 아니한 근로자에게만 미친다. 따라서 신규로 입사한 근로자가 노동조합 선택의 자유를 행사하여 지배적 노동조합이 아닌 노동조합에 이미 가입한 경우에는 유니온 숍 협정의 효력이 해당 근로자에게까지 미친다고 볼 수 없고, 비록 지배적 노동조합에 대한 가입 및 탈퇴 절차를 별도로 경유하지 아니하였더라도 사용자가 유니온 숍 협정을 들어 신규 입사 근로자를 해고하는 것은 정당한 이유가 없는 해고로서 무효로 보아야 한다.
【 판 결 내 용 리 뷰 】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이하, 노조법) 제81조 제2호는 ‘근로자가 어느 노동조합에 가입하지 아니할 것 또는 탈퇴할 것을 고용조건으로 하거나 특정한 노동조합의 조합원이 될 것을 고용조건으로 하는 사용자의 행위’를 부당노동행위의 한 유형으로 정해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다만 이에 해당하더라도 ‘노동조합이 당해 사업장에 종사하는 근로자의 3분의 2 이상을 대표하고 있을 때에는 근로자가 그 노동조합의 조합원이 될 것을 고용조건으로 하는 단체협약의 체결은 예외’로 인정하고 있다. 즉, 근로자의 3분의2 이상을 대표하는 노동조합(이하, 지배적 노동조합)과 사용자가 ‘근로자가 그 노동조합의 조합원이 될 것을 고용조건’으로 하여야 한다는 취지의 단체협약을 체결하고, 그 이행을 위하여 사용자가 개별 근로자에게 지배적 노동조합 가입을 고용조건으로 제시하는 것은 법적으로 허용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취지를 규정하고 있는 단체협약을 일반적으로 ‘유니온 숍(Union shop)’ 협정이라 부른다. 이른바 숍(shop) 약정은 비조직근로자로 하여금 노동조합에 가입하도록 강제하기 위한 기술적 수단으로, 조직강제의 방법에 따라 유니온 숍 외에도 클로즈드 숍(closed shop), 에이전시 숍(agency shop) 등 몇가지 유형이 있다. 조직강제는 노동조합의 단결권을 강화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점에서 그 취지가 인정되나, 근로자 개인의 단결권, 구체적으로 노동조합에 가입할지 여부, 가입할 경우 어떤 노동조합에 가입할지 여부, 일단 가입한 경우라 하더라도 탈퇴를 할지 여부 등에 대한 선택의 자유를 제한한다는 점에서 이른바 노동조합과 근로자 개인의 권리가 충돌한다는 문제가 전통적으로 제기되어 왔다.3) 2010년 이래 우리나라는 복수노동조합을 인정하고 있는바, 특정 노동조합으로의 조직강제는 다른 노동조합의 조직약화로 귀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다른 노동조합의 단결권을 제한한다는 문제점도 제기되고 있다. 정리하면 특정 노동조합으로의 조직강제는 해당 노동조합의 단결권과 개별근로자, 다른 노동조합의 단결권과의 갈등을 초래한다는 점에서 이를 법적 관점에서 조정할 필요성이 있는바, 이 문제는 결국 조직강제의 목적, 필요성, 그리고 이를 관철하는 수단이나 방법의 적절성, 관련 당사자들 사이의 이익균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결정되어야 한다. 노조법은 이러한 다양한 유형의 숍 조항에 대해서는 직접적인 규정을 두고 있지 않으며, 다만 유니온 숍의 경우에는 노조법 제81조 제2호의 부당노동행위 유형에 대한 예외의 형식으로 법률에 명시됨으로써 일응 그 유효성을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시간의 흐름에 따라 유니온 숍 협정의 법적 허용 범위는 아래와 같이 점차 좁아져 가고 있다.
1963년 노동조합법 하에서는 유니온 숍 협정의 효력이 대단히 막강했다고 할 수 있다. 당시에는 복수노동조합이 허용되지 않았고 기업별 노동조합에 터잡은 상황이었으므로, 근로계약을 체결해 해당 사업장의 근로자가 되더라도 노동조합에 가입하지 않거나 노동조합으로부터 제명되거나, 탈퇴한다면 사용자가 이를 이유로 해고하더라도 그 정당성이 인정되었다. 그러나 특정 노동조합의 조합원으로서의 자격 유지가 고용 유지에 절대적 조건이 된다는 점은 근로자 개인의 단결에 관한 선택권을 제약하고, (과거 소위 어용노조와 민주노조 간의 경쟁 상황에서) 소수 노조의 단결권을 제약한다는 점 등이 고려되어 현행 노조법하에서는 근로자가 지배적 노동조합에 일단 가입한 다음 탈퇴하더라도 불이익처분을 하지 못하는 정도로 약화되었다. 즉, 근로자가 ‘일단 가입’만 하면 그다음부터는 근로자의 조합원 지위 유지여부는 사용자와의 관계에서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게 되었는바, 구체적으로 유니온 숍 협정이 의미를 가지는 경우의 수는 근로자가 채용된 후 처음부터 지배적 노동조합에 가입하기를 거부하는 때 정도에 불과하게 되었다.
그런데 2010. 7. 복수노조가 허용됨으로써 조직대상을 같이하는 여러 개의 노동조합이 각자의 입장을 바탕으로 경쟁하는 시대가 열리게 되었다. 노동조합 간 경쟁의 기본은 조합원 확보에 있다. 조합원은 노동조합이 존속하고, 교섭대표노조가 되는 등 강력한 교섭력을 발휘하기 위한 기본 토대가 되므로 조합원 조직은 노동조합의 주요 업무일 수밖에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유니온 숍 협정은 지배적 노동조합이 조합원 확보 경쟁에서 절대 우위를 누릴 수 있는 수단이 될 수 있다. 따라서 복수노조 시대의 유니온 숍 협정은 과거 단수노조 시대와 달리 조합 간 경쟁을 제한한다는 효과가 부각된다. 즉, 소수 노조의 단결권 제한이 추상적 수준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으로 드러나게 되는 것이다.
제명된 경우에 한해 유니온 숍 협정의 효력을 제한하던 2006년 개정 전 노조법이 적용된 과거의 사안에서 대법원은 “유니언 숍 협정이 체결된 위 노동조합을 탈퇴하여 조직대상을 같이하면서 독립된 단체교섭권을 가지는 다른 노동조합에 가입하는 것을 허용한다면 사실상 피고 회사 내에는 단체교섭권을 가지는 노동조합이 복수로 존재하게 되어 위 유니언 숍 협정의 근본이 와해되어 위 유니언 숍 협정은 유명무실한 것이 되어 버리는 결과가 되므로 위 유니온 숍 협정이나 앞서 본 노조법 제81조 제2호 단서에서 이 사건과 같은 경우에는 유니언 숍 협정을 적용하지 아니한다는 예외조항을 두고 있지 아니함에도 그 적용을 배제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은 유니언 숍 협정의 근저를 뒤흔드는 것으로서 쉽사리 허용되어서는 아니” (된다)라고 판시하면서 “다만, 독립된 단체교섭권을 가지는 복수노조가 전면적으로 허용되는 2002. 1. 1.부터는4) 달리 해석할 여지도 있을 것이다.”라는 단서를 단 바 있다(대법원 2002. 10. 25 선고 2000다23815 판결). 이 판결은, 유니온 숍 협정 이 특정 노동조합으로의 조직강제의 취지가 옹호되어야 한다고 하면서도 이는 복수노조 인정여부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시사하였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리고 그러한 시사는 비록 판결문에 구체적 언급은 없지만 대상판결에 이르러 현실로 나타났다.
대상판결은 신입 근로자가 지배적 노동조합에 대한 가입을 거부하고, 소수 노조에 가입하자 사용자가 유니온 숍 협정에 근거해 이들을 해고함으로써 제기된 사건에 대한 대법원의 판단이다. 애초 가입조차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현행법의 문리해석에 의하면 예외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사용자의 해고가 일응 정당하다고 볼 수도 있다.5) 그러나 복수노조가 인정됨으로써 노동조합 간 직접 경쟁이 가능하게 되었다는 점은 유니온 숍의 해석에 있어서 큰 전환점이 된다.
대상판결에 의하면, 유니온 숍 협정이 시행되고 있더라도 근로자는 특정 노동조합에 반드시 가입할 의무가 없으며, 아무 노동조합에도 가입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다른 노동조합에라도 가입한다면 사용자가 불이익처분을 할 수 없다. 이는 유니온 숍 협정은 해당 노동조합의 이익, 즉 ‘특정 노동조합에 대한 조직강제’가 아니라 다른 노동조합 역시 원용할 수 있는 ‘일반적 조직 강제’로서의 의미를 지니게 되었음을 뜻한다.
단수노조하에서 근로자들의 선택이 단지 노조 가입 여부에 불과했다면 이제는 구체적으로 복수의 노조를 두고 선택권을 행사할 수 있고 여차하면 스스로 노동조합을 조직할 수도 있다. 여러 노동조합이 근로조건의 유지․개선 등에 관한 다양한 목소리를 내면서 토론을 통해 서로 경쟁하고 결론에 기초해 연대하는 것은 민주주의 체제하에서 지극히 자연스러우며, 적극 권장되어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특정 노동조합으로의 쏠림을 기획하는 유니온 숍 협정은 복수노조 허용이라는 가치에 비추어 볼 때 독일 수도 있다. 대상판결은 유니온 숍 협정의 효력 범위를 제한함으로써 복수노조 허용의 취지를 살렸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다만, 현행법의 문언상 유니온 숍 협정은 지배적 노동조합이 체결한 단협에 있는 경우에 유효한바, 대상판결에 의해 그 의미가 일반적 조직강제로 변경된 점을 고려해 유니온 숍 협정의 인정요건을 ‘당해 사업장 근로자의 2/3 이상이 어느 노동조합에라도 가입되어 있는 경우’ 또는 단체협약 효력확장에 관한 제35조, 제36조를 참고하여 ‘일정 수 이상의 근로자가 해당 단체협약의 적용을 받게 되는 경우’ 등과 같이 개정할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으면 대상 판결의 해석론에 의해 지배적 노동조합이 경쟁 노조에 밀려 2/3선을 확보하지 못하면 일반적 조직강제 효력 자체가 소멸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 린(인하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출처 : 한국노동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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