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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동법 종합/기타 노동법

무기계약직 근로자의 기존 취업규칙 적용(노동판례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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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계약직 근로자의 기존 취업규칙 적용

- 대법원 2019. 12. 24. 선고 2015다254873 판결 -

 

【 판 결 요 지 】

기간제법 제4조 제2항은 “사용자가 제1항 단서의 사유가 없거나 소멸되었음에도 불구하고 2년을 초과하여 기간제 근로자로 사용하는 경우에는 그 기간제 근로자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로 본다.”라고 정하고 있다. 이러한 규정에 따라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간주되는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하여는, 해당 사업 또는 사업장 내 동종 또는 유사한 업무에 종사하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가 있을 경우 달리 정함이 없는 한 그 근로자에게 적용되는 취업규칙 등이 동일하게 적용된다.

무기계약직 근로자의 기존 취업규칙 적용

【 판 결 내 용 리 뷰 】

원고들은 피고 대전문화방송 주식회사에 기간제(계약직) 근로자로 입사하여 근무하던 중 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이하, 기간제법)에 따라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되었다. 피고 회사는 원고들이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된 이후에도 매 1~2년마다 원고들과 고용계약을 체결하였고, ①기본급과 상여금을 지급하였는데 정규직 직원들의 80% 수준이었다. ②근속수당은 정규직에게 지급할 뿐 원고들에게는 지급하지 않았으며, ③자가운전보조금은 정규직에게는 월 30만 원씩 지급하였으나, 원고들에게는 월 20만 원씩만 지급하였다.

 

이에 원고들은 무기계약직 전환 이후 피고 회사의 취업규칙을 적용하여 정규직 직원들과 같은 임금을 지급하고 호봉 승급이 이루어져야 함에도 불구하고, 피고 회사가 원고들을 여전히 기간제 근로자와 같이 취급하는 것은 기간제법 제8조 또는 근로기준법 (이하, 근로기준법) 제6조의 규정에 반하여 무효이며, 이에 대한 임금 차액의 지급을 청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다.

 

제1심인 대전지방법원(2014. 5. 21. 선고 2013가합101467 판결)은 원고들은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이므로 기간의 정함이 있는 계약체결을 핵심적 요소로 하는 계약직 근로자로 볼 수 없고, 피고 회사가 원고들을 대상으로 별도의 규율을 적용하고 있지도 않으므로, 결국 원고들은 피고 회사에서 본래부터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 즉 정규직 근로자들이기 때문에 이들에게 적용되는 취업규칙 등 제반 규정의 내용이 모두 적용된다고 판시하였다.

 

그러나 제2심인 대전고등법원(2015. 11. 26. 선고 2014나11589 판결)은 제1심과 다른 판결을 내렸다. 먼저 취업규칙은 사업(장)의 모든 근로자들에게 일률적으로 적용되는 것은 아니고, 근로자의 근로조건, 근로형태, 직종 등의 특수성에 따라 근로자 일부에게 적용되는 별도의 취업규칙을 작성할 수 있음을 판시하였다. 그런데 원고들 무기계약직 근로자들에게 별도로 규정 형태의 취업규칙은 존재하지 않았지만, 원고들이 체결한 매 1~2년의 고용계약서가 무기계약직 근로자들에 대하여 직접 적용되는 근로조건을 설정한 취업규칙이라고 보았다. 그리고 이러한 양 취업규칙의 내용이 근로기준법 제6조의 균등처우 위반인지를 심사하였다.

 

그 결과 고용계약서에 따라 지급되는 80% 수준의 ①기본급과 상여금은 정규직과 무기계약직 간의 임용경로나 직책의 차이 등으로 인해 정당하다고 보았다. 그러나 ②근속수당에 대해서는 무기계약직 근로자와 정규직 근로자간 근속이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기에 비교의 대상이 되어 합리적인 이유가 없는 차별이며, ③자가운전보조금 역시 자기차량을 이용한 업무활동의 범위와 내용, 지출비용 등이 정규직 근로자와 다를 바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비정규직이라는 사회적 신분을 이유로 한 차별에 해당한다고 판시하였다.

 

대법원은 다시 제2심의 판시 내용을 파기하고 환송하였다. 즉, ①~③ 모두 차별을 인정하였다. 대법원은 먼저 고등법원이 취업규칙으로 인정한 고용계약서는 원고들이 기간제 근로자였을 당시와 동일한 형식의 고용계약서를 작성한 것으로 별도의 취업규칙으로 볼 수 없으며, 무기계약직 근로자들에게도 정규직 근로자들에게 적용되는 취업규칙이 동일하게 적용된다고 판시하였다. 그 이유는 ⓐ기간제법 제4조 제2항은 사용자가 기간제 근로자를 2년을 초과하여 사용한 경우의 효과에 관하여 그 근로계약 기간을 정한 것만이 무효로 된다거나, 또는 근로계약 기간을 제외한 나머지 기존 근로조건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식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다. 그리고 ⓑ기간제법 제8조 제1항의 문언상으로는 기간제 근로자에 대한 차별적 처우만을 금지하고 있지만, 그 규정 취지와 공평의 관념 등을 함께 고려하면, 기간제법 제4조 제2항에 따라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간주되는 근로자의 근로조건은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동종 또는 유사 업무에 종사하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에게 적용되는 근로조건보다 불리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해석되기 때문이다.

 

2006년 ‘비정규직보호법’이라 불린 기간제법이 실행되었을 당시 우리 사회가 목표한 바는 2년간 성실히 일한 비정규직 근로자는 정규직 근로자가 되어 차별을 받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정작 그 결과물은 ‘무기계약직’이라는 제3의 신분을 만들어냈을 뿐이다. 즉, 계약직-무기계약직-정규직으로 계층의 사다리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어 놓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번 대법원의 판시는 무기계약직과 정규직 근로자 간에는 본질적으로 차이가 나서는 안 됨을 기간제법 제4조 2항과 제8조 제1항의 해석을 통해 밝혔다는 점에서 무척 의의가 있다.

 

특히 제8조 제1항의 해석에서 고등법원이 이 규정은 기간제 근로자와 (정규직을 포함한) 무기계약직 근로자 사이의 차별적 처우를 금지하는 취지일뿐 기간제에서 전환된 무기계약직 근로자와 정규직 근로자의 차별적 처우를 금지하는 규정은 아니라고 한 것을 반박하여, 문언의 취지와 공평의 관념상 양자 간의 차별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것을 명확히 밝혔다.

 

생각건대 이번 대법원의 논지는 어떤 새로운 법리를 창설한 것이 아니라 기간제법과 근로기준법의 균등처우 및 취업규칙의 내용을 사안에서 확인한 해석이라고 볼 수 있다. 여기서 대법원은 별도의 취업규칙을 마련하는 경우를 제외한다고 하여 사용자가 무기계약직 근로자에게만 적용되는 별도의 취업규칙을 작성할 수 있음을 전제하였다. 그러나 2개의 취업규칙이 생긴다고 하더라도, 다시 양자 간에는 기간제 제8조 제1항과 근로기준법 제6조의 균등처우 문제가 제기될 것이다.

양승엽(연세대학교 법학연구원 연구교수)

※ 출처 : 한국노동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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