겸직한 채권추심원의 근로자성 인정 여부
- 대법원 2020. 6. 25. 선고 2018다292418 판결 -
【 판 결 요 지 】
근로기준법 (이하,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는지는 계약의 형식이 고용계약인지 위임계약인지보다 근로제공관계의 실질이 근로제공자가 사업장에서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
원고들이 피고 외의 다른 근무처에서 상당한 소득을 올렸다는 사정은 근로제공관계의 실질을 파악할 때 고려할 여러 사정 중 일부에 불과하고, 피고가 원고들의 근로자성을 인정하지 않은 기간 동안 위 원고들의 업무 수행 방식과 피고의 지휘․감독의 태양이나 정도 등 근로자성 인정 여부를 종전과 달리 판단할 수 있을 정도로 실질적으로 변경되었다고 볼 만한 사정이 없다.
결국 위 원고들이 피고 외의 다른 근무처에서 얻은 소득이 같은 기간 피고로부터 얻은 소득과 비교하여 50% 이상의 비중을 차지하는 기간에도 여전히 위 원고들을 피고의 근로자로 봄이 타당하다.
【 판 결 내 용 리 뷰 】
원고들이 피고 회사를 상대로 퇴직금을 청구한 사건으로, 원고 A 등은 채권추심업체인 피고 B회사와 2004년경부터 2014년경까지 각각 채권추심업무 위탁계약을 맺고 채권추심업무에 종사하였다. 원고들과 피고 회사 간의 계약서 내용을 보면, 피고 회사는 원고들에게 일당 활동비와 회수한 채권 금액의 일정액을 성과 위탁수수료로 지급하였다. 그런데 계약서에는 원고들과 피고 회사는 고용관계를 맺은 것이 아니며 원고들은 피고 회사의 사규 및 각종 법정수당(퇴직금, 휴가, 휴일 등)의 적용을 받지 아니한다는 규정이 있었다. 그리고 원고들은 개인사업자로서 사업자에 따른 관련 제세금을 부담한다는 내용도 있었고 겸직도 허용되었다.
먼저 지방법원은 원고들이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는지에 대하여 현재의1) 대표적인 선례라 할 수 있는 대법원 2006. 12. 7. 선고 2004다29736 판결의 기준을 제시한다.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는지는 계약의 형식이 고용계약인지 도급계약인지보다 그 실질에 있어 근로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 여기에서 종속적인 관계가 있는지는 업무 내용을 사용자가 정하고 취업규칙 또는 복무(인사)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 수행 과정에서 사용자가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는지, 사용자가 근무시간과 근무 장소를 지정하고 근로자가 이에 구속을 받는지, 노무제공자가 스스로 비품․원자재나 작업도구 등을 소유하거나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케 하는 등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노무 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는지, 보수의 성격이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인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및 근로소득세의 원천징수 여부 등 보수에 관한 사항, 근로제공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의 유무와 그 정도,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에서 근로자로서 지위를 인정받는지 등의 경제적․사회적 여러 조건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다만,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였는지, 사회보장제도에 관하여 근로자로 인정받는지 등의 사정은 사용자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임의로 정할 여지가 크기 때문에, 그러한 점들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만으로 근로자성을 쉽게 부정하여서는 안 된다.”
지방법원은 이러한 전제 아래 사안의 사실관계를 포섭한다. 먼저 피고 회사가 원고들에게 구체적인 업무지시를 내렸는지에 대하여 살펴보면, 일일보고, 근태관리, 교육 참석, 시무식 참석, 대청소 참여, 개인정보보호교육 참석 등의 사실이 있었으며, 독촉장뿐만 아니라 간단한 내용의 우편물 등 모든 발송 서류에 대하여 반드시 정규직 팀장의 검사를 받도록 지시하였다. 실적 관리 역시 인트라넷에 월별로 순위를 매겨 채권추심원 개인별 회수금액을 게시하고 포상금 제도를 실시하였다. 그리고 근태관리에 대해서는 출근 시간과 퇴근 시간을 정하고 출근 시간 이후 출근하는 경우 지각처리하였으며, 근무태도를 강조하는 공지사항을 띄웠고, 외근의 경우 출발시간, 업무종료예정 시간, 귀사예정시간, 외근사유 등을 기재한 다음 팀장의 사전 승인과 사후 확인을 받도록 하였다. 또, 채권추심원으로 하여금 업무 목적 이외에 인터넷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고, 일정한 경우 중징계 처분한다고 공지하였다. 그 외에도 지방법원은 기타 사항으로 채권추심원에게 기본급이나 고정급 없이 채권회수 실적에 따른 수수료 등을 지급한 것은 채권추심업무의 특성에 의한 것일 뿐으로 근로의 대가인 임금의 성격을 지니지 않은 것이라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사실관계와 판단을 근거로 지방법원은 원고들은 채권추심원으로서 피고 회사와 형식상으로는 이 사건 위탁계약을 체결하였으나, 실질적으로는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 관계에서 사용자인 피고 회사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던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볼 것이다라고 판시하였다.
그러나 원심인 고등법원은 근로자성 인정 여부에 대한 지방법원의 판시를 받아들이면서 다만 그 기간에 대해서는 다른 해석을 내놓았다. 원고들이 피고 회사에서 근무하는 중 다른 회사에 일정 기간 겸직하여 피고 회사 소득과 비교하였을 때 50% 이상의 소득을 얻은 기간이 있다면, 그 기간은 피고 회사에 대한 근로자성을 부정한 것이다. 가령, 2004. 9. 1.부터 2013. 7. 30.까지 근무한 원고 A의 경우 2013년 피고 회사로부터는 2천 9백만여 원을 받았는데, 겸직한 타 회사로부터는 2천 2백만여 원을 수령하였다. 고등법원은 그렇다면 A의 퇴직금 산정에 있어 2013년은 피고 회사의 근로자가 아니므로 제외한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50% 이상의 비중을 차지하는 기간 동안에는 업무처리 방식이 원고들에게 그 전과 동일한 구속력을 가졌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다른 말로는 구체적인 업무지시가 그 전의 기간과 동일한 내용과 강도로 원고들에게 적용되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법원은 이러한 고등법원의 판단을 파기․환송하였다. 왜냐하면 다른 근무처에서 상당한 소득을 올렸다는 사정은 근로제공관계의 실질을 파악할 때 고려할 여러 사정 중 일부에 불과하고, 다른 근무처에서 얻은 소득이 같은 기간 피고 회사에서 얻은 소득의 50% 이상의 비중을 차지하는지 여부를 근로제공관계의 실질을 판단할 때 일의적 기준으로 삼을 합리적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원고들의 겸직 소득 규모 외에는 원심이 근로자성을 인정하지 않는 기간 동안 원고들의 업무수행방식과 피고의 지휘․감독의 태양이나 정도 등이 근로자성 인정 여부를 종전과 달리 판단할 수 있을 정도로 변경되었다고 볼 만한 사정도 없다고 하였다. 따라서 대법원은 원고들이 겸직하여 피고 회사 수입의 50% 이상을 얻은 기간도 여전히 피고 회사의 근로자로 본다고 판시하였다.
원심과 대법원은 대상판결의 사안에서 겸직 소득 50%를 근로자성 판단의 기준으로 삼을 것인가에 대해 판단이 달랐다. 고등법원은 겸직 소득이 50%를 넘으면 아무래도 본업에 집중하지 않았을 것이고 그만큼 피고 회사의 지휘․감독이 약했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50%라는 기준이 자의적이고, 설사 50%를 상회하였다고 하여도 피고 회사의 지휘․감독이 약화된 어떤 증거도 제시된 바가 없다는 점에서 원고들의 근로자성을 부정할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
그렇다면 고등법원은 왜 겸직 소득 50%를 근로자성 판단의 기준으로 삼았을까를 생각해보면, 대법원 2009. 5. 14. 선고 2009다6998 판결의 영향을 받은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2009년의 판례는 채권추심원의 근로자성을 부정한 사안으로, 대법원은 채권추심원에게 회사의 ‘구체적인 지시․감독’이 없었다는 이유를 들고 있다. 2009년 대법원 판단에 대해서는 2006년 판례가 대법원 1994. 12. 9. 선고 94다22859 판결을 수정하여 ‘구체적인 지휘․감독’에서 ‘상당한 지휘․감독’으로 종속성의 판단 표지를 변경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그대로 지휘․감독의 구체성을 따졌다고 비판하는 견해가 있다.2) 본 사안에서 원심인 고등법원이 위의 2009년 판례 또는 1994년 판례를 원용하지는 않았지만, 근로자성 판단의 핵심 요소인 근로자에 대한 ‘지휘․감독’의 정도를 매우 엄격히 판단한 것은 사실이며, 그 수치로 겸직 소득의 50%를설시한 것은 지휘․감독의 구체성을 표현한 것으로 생각한다. 즉, 원심은 지휘․감독의 정도를 상당성이라는 질적 평가를 한 것이 아니라, 계량화된 구체성, 즉 양적 평가를 한 것이다. 그러나 종속성이라는 것은 사용자의 지휘․감독의 태양 등 여러 면을 종합적으로 평가해야 하는 것으로 수치로 나타낼 수가 없는 것이다. 따라서 대법원의 설시가 타당하다고 판단한다.
양승엽(연세대학교 법학연구원 연구교수)
※ 출처 : 한국노동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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