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행법규 위반인 사무장 병원의 사용자 찾기
- 대법원 2020. 4. 29. 선고 2018다263519 판결 -
【 판 결 요 지 】
의료인이 아닌 사람이 월급을 지급하기로 하고 의료인을 고용해 그 명의를 이용하여 개설한 의료기관인 이른바 ‘사무장 병원’에 있어서 비록 의료인 명의로 근로자와 근로계약이 체결되었더라도 의료인 아닌 사람과 근로자 사이에 실질적인 근로관계가 성립할 경우에는 의료인 아닌 사람이 근로자에 대하여 임금 및 퇴직금의 지급의무를 부담한다고 보아야 한다. 이는 이른바 사무장 병원의 운영 및 손익 등이 의료인 아닌 사람에게 귀속되도록 하는 내용의 의료인과 의료인 아닌 사람 사이의 약정이 강행 법규인 의료법 제33조 제2항 위반으로 무효가 된다고 하여 달리 볼 것은 아니다.
【 판 결 내 용 】
피고A는 자신의 처 명의로 건물을 매수 후 이 건물에 의료시설을 갖추고, 평소 알고 지내던 의사 B에게 월급을 지급하기로 하고, B의 명의로 의료기관을 개설하여 2014. 9. 27.부터 2015. 8. 28.까지 C병원을 운영하였다. 구체적으로 A는 C병원의 총괄이사라는 이름으로 활동하였고, C병원의 수입․지출 계좌 통장과 B의 인장을 소지하면서 위 계좌로 입금된 보험 급여 등 병원 수익금을 사용하여 병원의 물적 설비를 구입하고, 인력관리를 위해 노무법인과 고문계약을 체결하는 등 병원을 실질적으로 운영하였다.
피고A는 자신의 처 명의로 건물을 매수 후 이 건물에 의료시설을 갖추고, 평소 알고 지내던 의사 B에게 월급을 지급하기로 하고, B의 명의로 의료기관을 개설하여 2014. 9. 27.부터 2015. 8. 28.까지 C병원을 운영하였다. 구체적으로 A는 C병원의 총괄이사라는 이름으로 활동하였고, C병원의 수입․지출 계좌 통장과 B의 인장을 소지하면서 위 계좌로 입금된 보험 급여 등 병원 수익금을 사용하여 병원의 물적 설비를 구입하고, 인력관리를 위해 노무법인과 고문계약을 체결하는 등 병원을 실질적으로 운영하였다.
제1심인 지방법원 단독심은 의료인의 자격이 없는 일반인이 필요한 자금을 투자하여 시설을 갖추고 유자격 의료인을 고용하여 그 명의로 의료기관 개설 신고를 하고, 의료기관의 운영 및 손익 등이 그 일반인에게 귀속되도록 하는 이른바 ‘사무장 병원’은 강행 법규인 의료법 제33조 제2항에 위반되어 무효이고, 무효인 약정으로 인해 상호 실질적으로 취득하게 된 이득은 부당 이득으로 반환되는 문제만 남게 된다고 판시하였다. 그러므로 의료기관 운영과 관련하여 얻은 이익이나 취득한 재산, 부담하게 된 채무 등은 모두 의사 개인에게 귀속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C병원의 개설 및 운영을 위하여 B명의로 원고 D 등과 체결한 근로계약에 따른 임금채무 또한 모두 의사인 B개인에게 귀속된다는 것이다. 원심인 지방법원 합의심 또한 제1심 판결의 일부를 고쳐 쓰는 것 외에 이를 그대로 인용하여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계약의 형식과는 관계없이 실질에 있어서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하고, 반대로 어떤 근로자에 대하여 누가 임금 및 퇴직금의 지급의무를 부담하는 사용자인가를 판단함에 있어서도 계약의 형식이나 관련 법규의 내용과 관계없이 실질적인 근로관계를 기준으로 하여야 한다.”는 기존 판결례를 확인한 다음, 사무장 병원에 있어서 비록 의료인 명의로 근로자와 근로계약이 체결되었더라도, “의료인 아닌 사람과 근로자 사이에 실질적인 근로관계가 성립할 경우에는 의료인 아닌 사람이 근로자에 대하여 임금 및 퇴직금 지급 의무를 부담하여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이는 사무장 병원이 의료법 제33조 제2항의 강행법규 위반이더라도 마찬가지라고 하였다.
대법원은 이러한 법리 아래 사실관계를 포섭하여 형식적으로는 원고 근로자들이 의사 B와 근로계약을 체결했지만, 피고 A가 사무장으로 C병원을 실질적으로 운영하면서 원고 근로자들을 직접 채용하고, 업무와 관련하여 구체적이고 직접적으로 지휘․감독하면서 직접 급여를 지급한 사정을 감안하면, 원고인 근로자들과 피고인 사무장 사이에 실질적인 근로관계가 성립되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시하였다.
원심과 대법원의 견해가 갈라지게 된 이유는 바로 임금채권의 성격을 민법상의 일반채권과 같은 것으로 보는지 아닌지이다. 사무장 병원 계약은 강행법규인 의료법 제33조 제2항 위반으로 무효가 되고 명의를 빌려준 의사와 명의를 대여한 사무장 사이에는 부당이득반환에 대한 정산이 있을지언정 병원의 채권과 채무의 당사자는 명의를 빌려준 의사가 된다. 만일 여기서 임금 채권을 민법상의 일반채권으로 본다면 원심의 판단대로 임금채권의 채무자는 명의를 빌려준 의사이다. 그러나 대법원은 그렇게 보지 않은 듯하다. 즉, 임금채권이란 근로자와 사용자 사이의 채무 관계인데, 사용자란 계약의 형식과는 관계없이 실질에 있어서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하고, 따라서 명목상의 사용자인 의사 B가 아닌 사무장인 A가 피고 근로자들의 실질적 사용자라는 것이다. 이는 임금채권의 당사자는 민법상의 법리가 아닌 노동법 고유의 영역에서 살펴보아야 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따라서 사무장 병원이 의료법상의 강행법규 위반이더라도 임금채권의 성격이 변화하는 것이 아닌 이상 임금채권의 당사자는 실질적 사용자인 사무장과 근로자들이라고 본 대법원의 판단은 타당하다.
쟁점이 되지 않아 법원에서 다투지는 않았지만, 이 사안에서 교과서적으로 살펴볼 것이 또 하나 있다. 바로 위법한 사업(장)도 근로기준법의 적용 대상이 되는가이다. 허가를 받지 않거나 법률상 금지된 사업(예:불법 휘발유주유소)도 행정적으로 관련 법에 따라 규제를 받는 것 외에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는가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 일반적으로 형사상 범죄를 구성하는 사업의 경우 근로자라 하더라도 공동정범이나 종범이 되지만, 행정상의 법규위반이라면 근로자에게 근로기준법이 적용되는 것으로 인정된다. 따라서 본사안의 경우 의료법 위반이라는 강행규정 위반은 의료인과 의료인 아닌 자와의 약정의 문제이고, 실질적인 근로관계를 형성한 사무장과 근로자들 사이에는 근로기준법이 적용된다.
양승엽(연세대학교 법학연구원 연구교수)
※ 출처 : 한국노동연구원
'● 노동법 종합 > 기타 노동법'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임원, 출자자, 근로자 지위의 상호 독립성(판례 리뷰) (0) | 2021.08.10 |
---|---|
불법취업 외국인의 파견이 출입국관리법상 고용인지 여부 (0) | 2021.08.09 |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차별, 동일가치 노동 동일임금, 모집 자료 보존, 승진 차별 (0) | 2021.08.04 |
군복무기간 자동 승진, 호봉 인상, 군 복무자 우대 차별 (0) | 2021.08.03 |
구인광고 성별 표기 및 구분, 신체 조건 표기, 남녀차별 고용 (0) | 2021.08.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