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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동법 종합/기타 노동법

불법취업 외국인의 파견이 출입국관리법상 고용인지 여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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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취업 외국인을 파견받아 사용한 행위가

「출입국관리법」상 고용인지 여부

 

- 대법원 2020. 5. 14. 선고 2018도3690 판결 -

 

【 판 결 요 지 】

법률 규정의 문언, 형벌법규의 해석 법리,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이하, 파견법)의 규율 내용 등에 비추어 보면, 출입국관리법 제94조 제9호, 제18조 제3항의 ‘고용’의 의미도 취업활동을 할 수 있는 체류자격을 가지지 않은 외국인으로부터 노무를 제공받고 이에 대하여 보수를 지급하는 행위를 말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사용사업주가 근로자파견 계약 또는 이에 준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파견사업주로부터 그에게 고용 된 외국인을 파견받아 자신을 위한 근로에 종사하게 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를 출입국관리법 제94조 제9호, 제18조 제3항이 금지하는 고용이라고 볼 수 없다.

불법취업 외국인의 파견이 출입국관리법상 고용인지 여부

【 판 결 내 용 리 뷰 】

우리나라에 외국인 유입이 증가하고 있고 사회, 경제, 정치 등 여러 분야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외국인에 관해서 관심을 가지고 바라보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외국인 노동은 우리나라의 노동시장에 많은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해서 바라보아야 한다. 첫째, 외국인근로자는 노동시장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지 않다고 할지라도, 노동공급의 한계비용을 하락시키므로 업종에 따라서는 그 업종 전체의 임금 기타 근로조건을 경쟁적으로 하락시키는 방향으로 악영향을 미칠 수 있고, 둘째, 외국인근로자의 대부분은 소위 3D 업종 기타 서비스업종에 취업하고 있어서 이들이 우리나라 노동시장 구조에서 차지하고 있는 비중이나 중요성은 단순히 수치적인 것으로 평가해서는 곤란할 정도에 이르렀고, 셋째, 대기업-중소기업의 이중구조, 중소기업 일자리의 열악한 상태 등 이중화된 노동시장의 왜곡된 구조에서 외국인근로자가 저임금의 열악한 일자리 구조의 대부분을 떠받치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외국인 노동이 가지는 중요성 때문에 외국인에 대해 법적 관점에 서 접근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기본적으로 외국인에게는 타국에 대한 입국의 자유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점이 전통적으로 받아들여져 왔다. 왜냐하면, 국가는 영토주권에 기하여 스스로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외국인의 입국을 금지할 수 있는 광범위한 재량권을 가진다고 보기 때문이다. 즉, ‘모든 국가에게는, 외국인의 입국이 해당국에 명백한 위험이나 분명한 해악을 끼치는 경우, 해당 외국인의 입국을 거부할 권리가 있다. 자신의 안전을 스스로 살펴야 한다는, 국가 스스로가 자신에 대하여 지고 있는 이러한 의무 때문에 이러한 권리가 생긴다.’2) 이런 관점에서 각국의 출입국관리법제는 다양한 입국금지사유들을 규정하고 있고 외국인의 입국 및 활동에 대해 다양하게 규제를 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외국인이 적법하게 입국하려면 입국금지사유가 없어야 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추가적으로 사증발급 기타 입국허가와 함께 체류허가도 받아야 한다. 또한 체류허가를 받는 경우에도 체류자격의 종류에 따른 체류기간 및 활동의 제약을 받는다. 당연히 취업 기타 경제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그에 맞는 체류자격을 갖추어야 하고 그러한 활동도 체류자격에서 인정하는 기간 동안만 가능하다.3) 외국인 노동도, 이러한 관점에서, 자유롭게 방임되고 있지 않고 규제되고 있다.

 

물론 우리 헌법에서 외국인의 지위에 대해서는 ‘국제법과 조약이 정하는 바에 의한다.’라고만 규정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헌법 제6조 제2항). 비록 헌법 (이하, 헌법) 제6조 제2항은 ‘법적 지위’가 아니라 ‘지위’라는 불확정개념을 사용하고 있지만, 이는 국제법과 조약이 정하는 바에 의해 보장되는 것이므로 법적 성격을 가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리고 ‘지위’는 보장의 대상이므로 ‘지위’의 내용은 ‘의무’나 ‘반사적 이익’은 될 수 없을 것이며, 국제법과 조약이 인정하는 한도에서 우리나라 법이 수용할 수 있는 권리일 것이다. 다만 외국인에게 국제법과 조약이 인정하는 한도에서 어떤 권리가 헌법을 매개로 인정된다고 해서 그 모두가 해당 외국인의 기본권으로서의 성격을 가진다고 볼 수 있을지는 의문이며, 사안에 따라 기본권으로서의 성격이 있는 것인지 아니면 기본권까지는 아니고 권리 정도에 머무는 것인지 개별적인 판단이 필요할 것이라 생각한다.4) 출입국관리법 (이하, 출입국관리법)이나 외국인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 (이하, 외국인고용법) 등은 그런 관점에서 외국인 법제의 중요한 축이 된다.

 

출입국관리법은 외국인이 우리나라에서 취업하려면 취업활동을 할 수 있는 체류자격을 요구하고 있고 취업활동을 할 수 있는 체류자격을 가지지 아니한 사람에 대해서는 고용을 금지하며 이에 위반하여 체류자격을 가지지 아니한 외국인을 ‘고용’한 자를 처벌한다(출입국관리법 제18조, 제94조 제9호). 또한 출입국관리법을 위반하여 취업활동을 할 수 있는 체류자격을 가지지 아니하고 불법취업한 외국인 역시 처벌의 대상이 되고(출입국관리법 제94조 제8호) 강제퇴거의 대상이 된다(출입국관리법 제46조 제1항 제8호). 다만 대법원은 일찍부터 취업자격 없는 외국인이 출입국관리법상의 고용제한 규정을 위반하여 근로계약을 체결하였다 해도 그것만으로 그 근로계약이 당연히 무효라고는 할 수 없다고 하여,5) 그가 기왕에 수행한 노동에 대한 보호는 인정해왔다.

 

대상판결의 사안에서는, 피고인(사용사업주)이 취업활동을 할 수 있는 체류자격을 가지지 않은 외국인을 근로자파견계약 또는 이에 준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파견받아 사용한 것이 문제되었다. 검찰에서는 피고인의 이러한 사용행위를 취업자격 없는 외국인을 ‘고용’한 것으로 보아 기소했던 것이다.

 

대상판결은, 출입국관리법에서 말하는 고용의 의미에 대해 민법 상의 고용) 개념을 전제로 하여,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이하, 파견법)은 근로자파견계약에 따라 파견근로자를 사용하는 자를 사용사업주라고 정의하고(파견법 제2조 제4호) 근로기준법 과 산업안전보건법 중 일부 규정을 적용할 때에는 사용사업주를 사용자로 본다고 정하고 있으나(파견법 제34조, 제35조), 출입국관리법 적용에 관해서는 그와 같은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는 점에 주목하여, 죄형법정주의의 내용인 확장해석금지의 원칙에 따라 피고인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해석하지 않고자, 피고인이 적법하게 취업활동을 할 수 있는 체류자격을 가지지 않은 외국인들을 인력파견업체로부터 파견받아 사용하였음에도, 이는 출입국관리법이 말하는 ‘고용’이 아니고 또한 출입국관리법 제94조 제9호가 처벌하는 ‘고용한 사람’에 근로자를 파견 받아 사용한 사용사업주까지 포함한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이유로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한 제1심 및 원심을 유지하였다. 대상판결은, 출입국관리법에서 규제하는 외국인 고용은 사용과는 구별되는 개념이라는 유권해석을 제시한 최초의 판결이라는 점에서 매우 주목할 만하다.

 

한편, 대상판결에서 본격적으로 논의한 바는 없으나, 만약 출입국관리법에서 사용사업주가 근로자를 파견받아 사용하는 것을 명시적 규정없이 ‘고용’으로 간주하여 벌칙을 적용하게 되면, 파견법이나 외국인고용법과의 관계에서 파열음이 발생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처벌법규에서 명시적 규정없이 사용을 고용으로 간주하는 확장해석이 허용된다면 처벌법규보다 약한 강도의 규제법규에서도 법령 간의 정합성 관계상 동일한 해석을 적용하지 않는 것이 어렵게 될 텐데, 파견법이 근로자파견에 대해 규율하고 있으면서 외국인을 배제한다는 내용이 없다는 점에서 다음과 같은 불협화음이 생기기 때문이다.

 

파견법이 외국인에 대한 배제를 명시하지 않고 있으므로, 다소 비약일 수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외국인을 파견받아 사용하는 것도 ‘고용’이라고 의제하게 되면, 적법한 취업활동을 할 수 있는 체류자격을 갖춘 외국인 근로자를 파견받아 사용하는 것에 대해서 고용이라고 볼 수 있게 되므로 이는 사업장이동) 제한 위반, 고용허가) 상대방 불일치 초래 등 외국인고용법과의 충돌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따라서 사용사업주가 외국인을 파견받아 사용하는 것을 ‘고용’이라고 해석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더욱이 적법한 취업활동을 할 수 있는 체류자격을 갖춘 외국인근로자를 파견받아 사용하더라도 그 대상업무나 파견기간을 위반하게 되면 사용사업주가 고용의무를 지게 되는데, 이런 경우 취업활동 영역과 체류자격의 불일치가 발생하게 될 수도 있어 역으로 출입국관리법과의 충돌문제도 발생하게 된다. 또한 외국인고용법상 고용허가제를 통해 합법적으로 외국인근로자를 고용한 사업주가 무허가로 자신의 외국인근로자를 다른 사업주에게 파견하는 경우에도 파견법에 따라 사용사업주에게 고용의무가 생기는 것으로 보게 되면 고용허가의 상대방 불일치, 사업장이동 제한 위반 등 문제가 발생하게 되어 외국인고용법과 저촉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 이러한 점들을 고려하면 파견법은 외국인의 사용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하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든다. 특히 체류 또는 취업이 불법인 외국인, 소위 불법체류9) 외국인이 파견사업주에 고용되어 사용사업주에 파견되어 사용되는 경우에 파견법이 업무와 기간을 규제하기 때문에 사용사업주가 업무와 기간을 위반한 경우 파견법상 고용의무가 생기는 것으로 해석해야 하게 되는데, 외국인고용법이 적용될 수도 없고 출입국관리법상 처벌 및 퇴거 의무가 있는 불법체류 외국인을 사용사업주가 고용해야 한다는 기이한 결과로 이어지므로, 외국인은 애초에 파견법상 파견 대상이 아니라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 같기도 하다. 유권적 해석이 필요한 지점이라고 본다.

 

어쩌면 외국인 근로자 파견에 대해서는 입법적 정비가 필요할 수도 있겠다. 참고로 외국인근로자에 대해 사업장 이동의 제한이 없는 노동허가제를 채택하고 있는 독일에서는, 근로자파견법(Gesetz zur Regelung der

Arbeitnehmerüberlassung, AÜG)에서 노동허가 없는 외국인을 파견한 파견사업주를 처벌하고(AÜG §15) 노동허가 없는 외국인을 사용한 사용사업주를 처벌하도록 하고 있으며(AÜG §15a) 무허가파견이나 불법파견에 대해서는 파견된 근로자와 사용사업주 간에 고용간주를 인정하기 때문에(AÜG §10) 외국인의 경우에도 무허가 사업주에 의해 파견되거나 노동허가 없는 외국인의 파견 기타 노동허가 있는 외국인의 업무범위 위반 파견 등 불법파견의 경우 사용사업주와 해당 외국인 간에 체류기간 동안의 고용간주를 인정할 수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요컨대, 대상판결은 파견사업주에게 고용된 외국인을 파견받아 사용하는 행위는 그 외국인이 취업활동을 할 수 있는 외국인이든 그렇지 않은 외국인 이든 관계없이 출입국관리법이 규정한 ‘고용’에는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인데 타당한 판단이라고 본다. 물론, 파견사업주가 체류나 취업이 불법인 외국인을 고용하여 사용사업주에게 파견계약 등을 통해 파견하는 경우, 파견사업주나 해당 외국인은 당연히 출입국관리법 위반이므로 처벌대상이 된다. 그런데 사용사업주는 파견사업주로 하여금 체류나 취업이 불법인 외국인들을 고용하여 파견하도록 사주하거나 도와준 것이 아닌 이상) 파견계약 등을 통해 파견받아 사용하는 근로자들이 체류나 취업이 불법인 외국인임을 몰랐다거나 혹은 사후적으로 알게 되거나 우연히 알게 된 것만으로는, 이러한 사용을 ‘고용’으로 간주하여 출입국관리법 위반으로 처벌하는 것은 현재로선 어려울 것이다. 물론 출입국관리법 개정을 통해 향후 사용사업주의 불법취업 외국인 사용, 즉 간접고용도 처벌하는 것은 별론으로 하고 말이다. 대상판결은, 오늘날 외국인과의 공존이 필연적인 상황에서, 고용과 사용의 구별에 대한 중요성만 일깨워주는 것이 아니라, 명시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으나, 외국인 고용과 사용의 문제가 단순히 출입국관리법만의 문제가 아니라 외국인고용법, 더 나아가 파견법과의 관계에서도 중요한 접점들이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노호창(호서대학교 법경찰행정학과 교수)

※ 출처 : 한국노동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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