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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동법 종합/기타 노동법

경영권 사항에 대한 단체협약 합의 조항의 효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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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권 사항에 대한 단체협약 합의 조항의 효력

- 인천지방법원 부천지원 2020. 7. 22. 선고 2020카합10193 결정 -

 

【 판 결 요 지 】

사용자의 경영권에 속하는 사항이라도 노사는 임의로 단체교섭을 진행하여 단체협약을 체결할 수있고, 그 내용이 강행법규나 사회질서에 위배되지 않는 이상 단체협약으로서의 효력이 인정된다.  

다만 단체협약을 체결할 당시의 사정이 현저하게 변경되어 사용자에게 그 단체협약의 이행을 강요하여 객관적으로 명백하게 부당한 결과에 이르는 경우에는 사용자는 그 단체협약에 의한 제한에서 벗어나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할 것이다.

이 사건 단체협약 제12조의 의미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단체협약 제12조가 경영권 본질을 침해한 규정이라고 볼 수 없고, 달리 이 사건 단체협약이 강행법규나 사회질서에 위배된다고 볼 만한 사정이 없다.

경영권 사항에 대한 단체협약 합의 조항의 효력

【 판 결 내 용 리 뷰 】

채권자 A노동조합은 금속 및 관련 산업에 종사하는 근로자들로 구성된 전국 단위의 산업별 노동조합이고, 산하에 채무자 B회사 소속 근로자들로 구성된 C지회와 C사무지회를 두고 있다

 

채무자 B회사는 버스 제조․판매업을 하는 법인으로서 2010년경부터 울산공장에서 생산시설을 관리하고 있으며, 베트남, 중국, 파키스탄, 카자크, 코스타리카, 미얀마, 대만에 해외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채권자와 채무자는 2018. 10. 23. 단체협약을 체결하였는데 제12조는 아래와 같은 합의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그 후 2018. 12. 7. 채무자의 생산․관리총괄 전무 D는 채무자는 베트남 및 미얀마 신규시장 진출을 위해 설립한 합자회사에서 생산된 완성차를 역수입하거나 국내 판매하지 않으며, 기타 국내 생산 차량의 해외 공장 생산 이관과 관련하여 단체협약 제12조를 준수한다는 내용의 확약서를 작성하였다.

 

그러나 채무자의 대표이사는 2020. 3. 30. 울산공장을 방문하여 근로자들을 상대로 회사 적자가 누적되어 울산공장을 폐쇄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였고, 채무자는 2020. 12. 31.까지 울산공장에서의 차량 생산을 중단하고 베트남에 있는 채무자의 공장을 주요 공장으로 육성한다는 계획을 수립하였다. 그후 2020년 4월경부터 7월경까지 울산공장에서 생산하던 2개 버스 모델의 부품을 베트남 공장으로 반출하기 위한 작업을 발주하였다.

 

제12조(합의의무)
회사는 다음의 사항에 대하여는 조합과 사전에 합의하여야 한다.
1. 기업의 합병, 정리, 해산, 양도 및 공장 이전
2. 사업장 단위 및 차종 단위의 사업 양도
3. 조합원과 관련된 모든 작업 일체 또는 일부를 외주처리할 때
단, 상기 각 항 이외의 사업내용이 변경될 때에도 조합원의 신분에 관하여
는 합의하여 결정한다.

 

이에 채권자인 A노동조합은 채무자 B회사를 상대로 채권자와의 사전 합의 없이 울산공장의 해외 이전을 위해 울산공장에서 생산하던 차량 부품들을 베트남 공장으로 옮기는 행위와 울산공장의 수주 및 생산을 전면 중단하는 행위 등은 이 사건 단체협약 제12조 위반으로 이를 금지해 달라는 가처분을 법원에 신청하였다.

 

법원은 먼저 채무자의 부품 반출 행위가 단체협약 제12조에 규정된 ‘공장이전’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따졌는데, 울산공장에서만 생산하던 차량 모델의 부품들을 베트남 공장에서도 생산 가능하도록 포장 발주를 하고 있는 점, 울산공장의 기존 계약직 인력을 대부분 퇴사시키고, 정규직 직원들도 희망퇴직을 받거나 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 절차를 밟고 있는 점 등을 보면 채무자 B회사가 울산공장의 물적 설비 자체를 베트남 공장으로 이전하는 것은 아니더라도 생산량 조절 행위를 넘어선 종국적인 공장 이전 절차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이 사건 단체협약 제12조의 적용대상으로 보아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그 후 법원은 단체협약이 경영권을 제한할 수 있는지 관련 법리를 설시한다. 대법원 2014. 3. 27. 선고 2011두20406 판결을 인용하여 “사용자의 경영권에 속하는 사항이라도 노사는 임의로 단체교섭을 진행하여 단체협약을 체결할 수 있고, 그 내용이 강행법규나 사회질서에 위배되지 않는 이상 단체협약으로서의 효력이 인정된다. 다만 단체협약을 체결할 당시의 사정이 현저하게 변경되어 사용자에게 그 단체협약의 이행을 강요한다면 객관적으로 명백하게 부당한 결과에 이르는 경우에는 사용자는 그 단체협약에 의한 제한에서 벗어나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할 것이다.”라고 판시한 다음, 구체적인 판단에 들어간다.

 

법원은 단체협약에 사용된 협의, 합의, 동의라는 용어를 분석하여 단체협약 제12조에 기재된 ‘합의’를 ‘사전 동의’는 아니라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이 조항은 채무자 회사로 하여금 조합원들의 고용보장을 위하여 경영상 결단을 내리기 전에 실질적으로 채권자 노동조합의 의견을 반영하도록 함으로써 채권자 조합원들과 채무자 회사가 상생하는 방안을 마련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합의’라는 용어를 사용하였다고 보았다.

 

그리고 단체협약 제12조가 경영권의 본질을 침해하였다고 볼 수 없고 강행법규나 사회질서에 위배된다고 볼 만한 사정이 없음을 확인한 다음, 채무자 B회사에게 단체협약 제12조 이행을 강요한다면 객관적으로 명백하게 부당한 결과가 초래되는지를 판단한다. 이에 대해 법원은 채무자 B회사가 현재 경영상의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이는 이 사건 단체협약 체결 당시 예측 할 수 없었다고 보기 어렵고 채무자(전무)가 채권자에게 채무자의 의사를 재확인시켜 준 점을 감안하면, 채무자가 경영상 문제를 이유로 이 사건 단체협약의 구속력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다고 하였다.

 

이렇게 법원은 채무자 B회사의 단체협약 제12조의 구속력을 확인한 다음, 채무자 회사가 과연 단체협약 제12조를 위반하였는지를 살핀다. 법원은 울산공장의 이전이 채무자의 경영상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채권자 조합원들의 고용관계에 미치는 영향이 크므로 최대한 채권자 조합원들과 채무자 회사가 상생할 수 있는 방안에 관하여 채무자가 채권자와 성실하게 ‘합의’할 의무가 있음에도 채권자는 울산공장 생산 업무를 베트남 공장으로 이전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을 보면 채권자와의 합의의무를 성실하게 이행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판단하여 단체협약 제12조 위반으로 보았다.

 

이에 법원은 피보전권리의 보전 필요성을 인정하여 ①생산 차량의 엔진과 부품을 베트남 기타 해외 공장으로 반출하는 행위와 이를 위해 포장하는 행위, ②생산 차량의 울산공장 수주 및 생산을 전면적으로 중단하는 행위, 그리고 ③베트남 및 기타 해외 공장에서 생산된 완성차를 국내로 역수입하거나 국내에서 판단하는 행위를 금지하였다. 다만, 향후 채무자가 단체협약 제12조에 따른 합의절차를 성실히 이행한 정도, 채무자의 경영여건 등에 관하여 급박한 변화나 위험 등이 있을 경우 그와 같은 변화나 위험 등을 반영하여 이 사건 가처분의 효력 유지를 다시 판단할 필요가 있으므로 이 사건 가처분의 효력기한을 2020. 12. 31.까지로 제한하였다.

 

경영권의 실체를 인정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를 별론으로 하고, 단체교섭의 대상, 그중 의무적 교섭사항에 경영사항이 포함되는가에 대해서는 여러 논의가 있다. 먼저 ①부정설은 경영사항은 사용자의 경영권에 속하기 때문에 단체교섭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견해이다. 노동3권 행사의 전제를 사용자의 재산권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로 국한하여 해석한다. ②제한적 긍정설은 경영사항이 근로조건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면 의무적 교섭사항이 된다는 학설로 현재 우리나라의 다수설이다. 단, 근로조건과 무관한 사항이더라도 임의적 교섭사항은 될 수 있다. ③구분설은 경영사항을 경영의사의 결정과 그것이 근로조건에 미치는 영향을 구분하여 후자만 의무적 교섭사항으로 인정한다. 가령 구조조정과 같은 경영권의 본질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교섭사항이 될 수 없으나, 구조조정 이후 근로자의 해고 기준 등에 관한 사항은 단체교섭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판례는 세 가지 학설 중 어떤 견해를 택하였는지 분명하지 않다. 과거에는 쟁의행위의 정당성에 관한 사안에서 부정설을 택한 판결례들이 있어 부정설을 취하는 것으로 인식되었으나 그것이 현재도 그렇다고 하기에는 불명확해 보인다. 그러나 본 사건에서 법원이 인용한 대법원 2014. 3. 27. 선고 2011두 20406 판결에서 보다시피 일단 경영사항을 단체협약으로 규정하였다면 구속력은 인정된다.

 

본 판결은 경영사항이더라도 단체협약으로 규정되었다면 사용자는 그것을 성실히 이행해야 할 의무가 있으며 그것을 피보전권리로 하여 노동조합은 경영행위에 대한 금지 가처분을 신청할 수도 있음을 잘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특히나 사용자가 경영사항에 관한 단체협약을 준수해야하는 이유로 그것이 일으킬 영향에 대해 노사 간의 ‘상생’을 도모하기 위함으로 판시한 점은 기존의 경영사항에 관한 판례들이 형사사건으로서 주로 처벌의 관점에서 본 것을 감안하면 상당한 진전이라 할 수 있다.

양승엽(연세대학교 법학연구원 연구교수)

 

※ 출처 : 한국노동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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