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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콜센터 정보

코로나19 사태 속 콜센터 상담사의 정동과 건강, 한국문화인류학회 연구논문 김관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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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논문·한국문화인류학 53–3: 37~83(2020. 11) 한국문화인류학회

https://doi.org/10.22913/KOANTHRO.2020.11.30.3.37

 

“과일 바구니, 식혜, 붉은진드기 그리고 벽”:

코로나19 사태 속 콜센터 상담사의 정동과 건강–어셈블리지1)

김관욱

“정동이행동할 능력으로 정의되는 한에서,

노동은 정동 속에서 자신의 가치를 발견한다.”

–안또니오 네그리(들뢰즈와 네그리 외 2015:163)

 

1. 들어가며: ‘초상집콜센터

2020 7월 한여름에 민주노총 교육장으로 콜센터 상담사들이 모였다

교육장 안에는 크고 작은 콜센터 노동조합을 대표하는 상담사분들(지부장, 지회장, 분회장 등)이 일명 콜센터 조직화 워크숍을 위해 열띤 발표를 이어갔다. 한 장소에서 다양한 콜센터의 코로나19 사태 속 현실에 대한 증언을 들을 수 있는 기회는 극히 드물었기에 연구자는 교육장 한쪽 모서리에 간이의자를 펴고 참석했다. 2014년에 최초의 콜센터 노동조합을 현지 조사할 때에만 하더라도 2개의 콜센터 외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상담사들의 노동조합이 이제는 처음 듣는 이름의 사업장이 있을 정도로 확장되었다. 그렇지만, 이 같은 확대가 콜센터 노동현실의 개선을 뜻하는 것은 전혀 아니었다. 교육장 안에서는 지역에서 올라온 공공기관 민원안내 콜센터의 한 부분회장의 발언으로 인해 모두가 탄성을 토해냈다. “KMC콜센터(가칭)는 지금 초상집인데 잔칫집 식혜가 웬 말이냐!” 하필 음료수의 이름이 상담사들의초상집같은 현실과 정반대였고 많은 상담사들의 울분을 토해내게 했다. 이곳 KMC콜센터의 초상집 같은 상황은 단순히 콜 업무량의 증가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었다. 실제로 몸이 병들어가고 있었다

 

***

코로나19 장기화로 피로감이 누적된 상담사들은 심신의 고통을 호소하며 하나, 둘 나가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원인 모를 통증에 시달리며, 갑작스럽게 낼 수밖에 없었던 병가는 기약 없이 길어지고, 그러다 갑자기 응급실에 실려 가고 급하게 수술을 하고예상 밖의 지출이 생겼지만 무급 병가라 버티지 못하고 퇴사하는 상담사들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워크숍 내부자료집 중 KMC콜센터 사례에서 발췌)

***

이곳은 5월의 경우 작년대비 180%가 넘는 콜이 인입되었다고 하며, 상담사들의 하루 평균 순수 통화시간만 5시간을 쉽게 넘겼다고 한다. 자신들을국난극복 전문상담사로 부를 정도로 제대로 된 교육 및 자료 없이 곧바로 코로나19 관련 온갖 상담을 처리해야하는 이들에게 불안과 두려움에 조급하기만한 시민들의 민원이 끊이지 않았다고 한다. 이곳의 한 상담사는 최근 이러한 막무가네식 지원업무가 끝이 아닐 것이라 확신한다며 퇴사를 했다. 이런 결정 앞에 노동조합 집행부는 어떤 설득도 할 수 없었다고 한다. 왜냐하면, 그녀의 말이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일회적인 상황이라면 서로 위로하고 의지하며 버틸 수도 있겠지만, 부당한 업무지시와 그로 인한 육체적, 심리적 고통이 끊이지 않고 지속될 것이 자명한 현실이었으며, 노동조합에는 당장 이에 저항할 힘이 부족한 현실이었다. 퇴사 이외에는 당장 콜센터의 현실을 벗어날 방법이 없다는 그 무기력함이 초상집이라는 표현에 담겨져 있는 것이다. 하지만, 더 큰 문제가 지난 3월 구로콜센터에서 발생했다. 이곳에 근무하는 직원 216(상담사는 180여명) 94명이 코로나19에 감염되었으며, 이들 가족 226명 중 34명이 추가로 확진되는 일이 발생했다. 그리고 그 중 일부는 중환자실에 입원할 정도였고, 가족 간 전파로 배우자가 사망하였다(서울시 코로나19 관련 첫 번째사망).

이처럼 상담사들은 코로나19 사태로 인해서 직간접적으로초상집같은 상황에 놓여 있었다. 그러했기에잔칫집 식혜라는 상품명을 보자마자 불쾌함이 밀려왔던 것이다. 구로콜센터 사태가 발생했을 때만 해도 온갖 미디어의 이목이 집중됐었다. 과거 감정노동과 관련되어 2010년 전후로 콜센터 관련 논의가 확산됐지만 이번 코로나19 바이러스 집단 감염 사태만큼 이목을 끈 적은 없었다. 그렇지만, 부정할 수 없는 것은 이러한 현상이 상담사들의 인권에 대한 인식보다는 콜센터가 코로나19 집단발병의 도화선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컸기 때문이다(김관욱 2020). 다행히 이 사태로 인해서 콜센터 상담사들이고도로 밀집된 노동환경에 노출되어 있으며,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에 취약하다는 사실이과학적으로입증(exceptionally contagious in crowded office settings such as a call center)되는 계기가 되었다(Park et al. 2020: 1669). 그렇지만, 이러한 사태 이후 감염이 확진된 97명의 상담사들이 제대로 된 처우(치료, 보상, 유급휴가 처리 등) 및 적절한 노동환경 개선을 경험했는지 알려지지 않았으며, 그 외 다른 콜센터들의 전반적인 노동환경 개선이 이루어졌는지 제대로 확인된 바 없다. 7월 민주노총에서 열린 워크숍 자리는 바로 이러한 사실들을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가장 최근까지 콜센터 관련 집단 감염자(, 9 6일 강동구 BF모바일 텔레마케팅 콜센터 16명 확진 등)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코로나19 사태 속 콜센터 상담사가 직면하고 있는 현실에 대한 구체적 연구의 필요성은 간과할 수 없다.

콜센터는 단순히 여러 직종 중 하나 혹은 하나의 위험한 사업장에 불과한 것이 아니다. 세계적으로 제조업 중심의 경제체계가 쇠락하면서 등장한 서비스 중심의 경제체계의 대표적 사례이며(Richardson and Marshall1996; Stanworth 1998; Breathnach 2000; Richardson and Belt 2001), 그 중에서도 저학력의 저렴한 여성 노동력을 흡수한 직장으로여성 직업의 게토(female job of ghetto)”로 여겨진다(Belt 2002). 특히, 이곳에서 작동되는 노동인력 관리 시스템(자동콜분배 시스템, 전자감시 시스템 등)은 노동통제의 새로운 실험장으로 매초 매시간 육체, 정신, 감정 노동력을 극대화시키는 방안을 고안해 낸다(Fernie and Metcalf 1998). 콜센터는 또한 국가간 노동력 교환의 대표적 사례로서 BPO(업무처리 아웃소싱, Business ProcessOutsourcing)로 불린다. , 저렴한 여성노동력을 고용하기 위해 영국회사가 인도, 필리핀 등에 콜센터를 세우는 것이다(Ramesh 2004; Taylor and

Bain 2004, 2005). 미국 사회학자 쉐자드 나딤(Shehzad Nadeem)(2011:48–49)은 인도의 사례를 통해서 과거 산업혁명의 폐해가 공장굴뚝 연기로 구체화된다면, 지금 디지털 혁명의 폐해는 상담사들의 얇은 담배연기 기둥이라고 비유할 정도이다. 영국 정치평론가 오언 존스(Owen Jones)(2014[2011]) 1940년대 영국 석탄 산업의 절정기 탄광의 노동자와 오늘날 콜센터 상담사를 비교하며 시대의 노동자 계급을 대표하는 상징적 직업으로 손꼽는다. 한국의 경우도 1970, 80년대를 상징했던 섬유공장의 여성노동자(일명공순이’)들의 자리가 2000년대 들어서 콜센터의 감정노동자(일면콜순이’)로 전환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김관욱 2017). 이제 정보통신망을 활용해 서비스의 사용 및 제공이 정착화된 현실에서 상담사의 존재는 필수불가결하다. 그런데, 그 노동력의 중요성이 안전한 노동환경과 적절한 급여로 전혀 연결되지 않고 있으며, 오히려 여성의 저렴한 노동력을 초단위로 활용하는 대표적 장소가 되어왔다(김관욱 2018a). 이제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이들의 열악한 노동환경의 현실이 다시금 드러나게 되고 공감을 호소하게 된 데에는 그 열악함이 콜센터 밖 사람들에게 실질적인 위험요소(감염 확산 등)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본 연구는 이러한 현실에 대한 인식에 근거하여 코로나19 사태 동안 콜센터 상담사들의 노동환경의 변화 및 이로 인한 영향에 대해 면밀히 다루어 보는 것을 일차적 목표로 한다. ,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변화된 노동강도, 노동환경, 그리고 이로 인한 건강상의 문제들을 복합적으로 살펴보려 한다. 연구자는 궁극적으로 코로나19 사태를 통해 상담사의 건강이 훼손 혹은 손상이 당연시되는 환경 속에 노출되어 있는지, 그리고 그것이 상담사 개인의 책임으로 전락되고 방치되는지 여부를 들여다보고자 한다. 이를 통해 연구자는 코로나19 사태 속 상담사의 건강이 방역수칙을 포함 해 업체의 요구사항에 순응하는 것에 의해 확보되는 것이 아니라, 그 반대로저항에 있을 수 있음을 새로운 건강담론을 통해 논의해 보고자 한다. 이를 위해 최근 건강에 대한 새로운 담론으로 제시되고 있는건강어셈블리지(health–assemblage[Fox & Alldred 2017], assemblages of health[Duff2014])’정동(affect)’ 개념들을 통해 접근해 보고자 한다. 이 같은 시도는 콜센터 상담사들의 건강과 건강한 노동환경에 대한 기존의 논의에 대한 비판적 관점에서 출발한다. 2000년 중반 이후부터 감정노동의 문제가 본격적으로 다루어지기 시작한 이래(김종우 2012), 콜센터 상담사들의 건강상 문제들에 대한 연구들은 지속되어 왔다.2) 신체적, 심리적 고통들의 다양한 증거들이 제시되어 왔지만, 그것이 현실의 개선 및 대안 마련으로 연결되지는 못했다.3) 오히려 피해 당사자가 일을 하며 동시에 자신의 고통을 치료받으면서 제대로 된 평가(, 산업재해 인정)를 위해 그 인과관계를 입증해내야 하는 상황이다. 더욱이 두통, 불면증, 각종 근육 및 신경통, 소화장애, 방광염 등에 이르기까지 각종 신체적 문제들은 흔한 직업병 정도로 여겨지는 현실이다. 따라서, 연구자는 의학적 기준으로 입증 가능한 상태에 이른 심신의 상태만 호소 가능한정당한 질병으로 간주되는 현실의 문제점을 새로운 담론으로 접근하고자 하는 것이다. , 코로나19 사태가 보여주듯이 노동현장의 건강이라는 것이 얼마나 이질적 요소들의 복합체인지를 보여주고(건강어셈블리지), 질병을 거부하는 것도 입증하는 것도 실천하기 어려운 무기력한 상태 또한 호소 가능한 아픈 상태임(슬픔으로서의 정동)을 보여주고자 한다.

하기 상세내용은 첨부파일 참조

2. 코로나19 정동 속 상담사의 건강-어셈블리지

3. 콜센터현지 조사

4. ‘과일바구니정동

5. ‘식혜정동

6. ‘붉은진드기정동

7. ‘정동

8. 나가며: 얼굴과 가슴 없는 사람들

김관욱_코로나19_속_콜센터_상담사의_정동과_건강어셈블리지_2020_53_3.pdf
0.86MB

 

 

※ 출처 : 김관욱_코로나19_속_콜센터_상담사의_정동과_건강어셈블리지_2020_53_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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