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노동조합/노동조합법

공정대표의무의 의의와 내용

반응형

1. 도입이유와 법률 내용

복수노조가 설립되더라도 교섭상의 혼란을 방지하고 단체협약 질서의 안정성을 높이며 근로조건 개선의 효과가 공정하게 적용될 수 있도록 노동조합들은 교섭창구를 단일화하여 사용자와 교섭하고 단체협약을 체결하여야 한다. 그 결과 교섭대표로 인정된 노동조합(이하 “교섭대표노조”라 한다)은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 참여한 모든 노동조합과 조합원을 대표하여 사용자와 교섭하고 단체협약을 체결할 권한을 갖게 된다. 그런데 교섭대표노조가 자신의 조합원과 다른 노조의 조합원을 합리적 이유 없이 차별하면 교섭창구단일화제도는 더 이상 기능을 할 수 없으며, 그로 인해복수노조제도의 안정적 정착이라는 입법목적이 큰 난관에 봉착하게 될 것이다. 비록 단체교섭이 일종의 타협 과정이라고는 하지만 교섭대표노조에게 무제한적으로 자유로운 교섭권한을 부여하는 것은 아니다. 즉, 교섭대표노조는 자신에게 부여된 권한을 행사함에 있어 모든 노동조합과 그 조합원들을 공정하게 대표하고 이들을 부당하게 차별해서는 안된다. 따라서 교섭창구단일화제도와 교섭대표노조의 공정대표의무는 서로 분리될 수 없는 일체적 관계에 있다. 이러한 이유로 개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노조법”이라한다)은 교섭대표 노조와 사용자에게 명시적으로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 참여한 노동조합 또는 그 조합원간에 합리적 이유 없이 차별을 해서는 아니 된다는 공정대표의무를 부과하고 있다(노조법 제29조의4).

개정 노조법은 공정대표의무의 실효성을 보장하기 위해서 교섭대표노조와 사용자가 합리적 이유없이 다른 노동조합과 그 조합원을 차별한 경우에는 그 행위가 있은날 (단체협약의 내용의 일부 또는 전부가 공정대표의무를 위반하는 경우에는 단체협약 체결일을 말한다)부터 3개월 이내에 노동위원회에 그 시정을 요청할 수 있는 특별한 시정절차를 규정하고 있다(노조법 제29조의4 제2항). 노동위원회는 노동조합의 신청에 대하여 합리적 이유없는 차별이 있다고 인정한 때에는 그 시정에 필요한 명령을 하여야 한다(노조법제29조의4 제3항).

 

2. 공정대표의무의 주체와 내용

(1) 공정대표의무의 주체

공정대표의무를 부담하는 자는 교섭대표노조와 사용자이다. 원래 공정대표의무는 교섭창구단일화제도와 일체로서 규정된 것이므로 교섭대표노조가 부담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사안에 따라서는 사용자도 비교섭노조와 그 조합원에 대한 차별적 처우의 주체가 될 수 있으므로 공정대표의무를 부담한다고 규정한 것이다. 다만, 교섭대표노조의 공정대표의무 위반과 관계없이 사용자가 독자적으로 공정대표의무를 부담하는지 아니면 사용자의 공정대표의무 위반 여부는 언제나 교섭대표노조의 공정대표의무 위반이 전제되어야 하는지가 문제된다. 만약 후자의 경우라면 사용자의 공정대표의무위반은 인정되지 않고 노조 및 조합원간 차별적 처우를 이유로 하는 부당노동행위의 성립여부가 문제될 뿐이다. 현실적으로는 단체협약 등에서 노조간 또는 조합원간에 구체적인 차별적 처우를 규정하거나 그 밖의 차별행위가 발생한 경우에는 교섭대표노조와 사용자 모두를 상대로 공정대표의무위반에 따른 차별의 시정을 구하는 것이 효과적일 것으로 생각되며, 다만 경우에 따라서는 시정에 관한 청구취지가 달라질 수는 있으며, 특히 사용자에 대해서는 차별이 없었더라면 지급하였을 급여의 지급을 내용으로 하는 시정명령을 요구할 수 있을 것이다.

 

(2) 공정대표의무의 내용

노조법제29조의4 제1항은“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 참여한 노동조합 또는 그 조합원간에 합리적 이유없이 차별을 하여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할 뿐이므로 구체적으로 어떤 차별이 공정대표의무 위반으로 볼 수 있는지가 문제될 수 있다. 교섭대표노조의 핵심적 지위와 권한은 교섭 및 협약의 당사자로서 협약체결과정을 주도하는데 있기 때문에 그 성격상 단체협약에 특정 노조나 그 조합원을 차별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는 경우에는 당연히 공정대표의무 위반이 된다고 할 수 있다. 즉, 단체협약 체결시 그 협약의 적용을 받는 모든 근로자와 노조를 동등하게 고려하여야한다. 이때 단체협약의 내용에 대한 차별이란 조합원간 근로조건의 차별뿐만 아니라 노조활동에 관한 협약조항의 일부가 특정 노조에 대한 차별적 내용을 담고 있는 경우도 모두 포함한다.

그렇지만 차별행위의 내용은 그와 같은 단체협약의 내용에 관한 사항으로 한정되지 않는다. 노조법제29조의4 제2항은“노동조합은 교섭대표 노동조합과 사용자가 제1항을 위반하여 차별한 경우에는 그 행위가 있은 날(단체협약의 내용의 일부 또는 전부가 제1항에 위반되는 경우에는 단체협약 체결일을 말한다)부터 3개월 이내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방법과 절차에 따라 노동위원회에 그 시정을 요청할 수 있다”고 함으로써 단체협약상의 차별적 내용 외에도 공정대표의무 위반 사안이 있음을 암시하고 있다. 교섭대표노조는 단체교섭의 당사자로서 교섭과 단체협약의 체결에 대해서만 권한을 가진 것이 아니라 그 단체협약이 유지되는 기간 동안에도 계속해서 대표노조로서의 지위를 보유하고 있음을 고려하면 단체협약 내용상의 차별 뿐만 아니라 단체협약의 해석이나 적용에 관한 사항 또는 일상적 조합활동에 관한 사항, 고충처리에 관한 사항, 그 밖에도 쟁의행위나 조정에 관한 사항과 필수유지업무협정 등에 관해서도 다른 노조와 그 조합원을 차별대우하지 아니할 공정대표의무를 부담한다고 보아야 한다.

단체교섭 단계에서 공정대표의무 위반이 인정될 수 있는지 여부가 다투어질 수 있다. 예를들어 교섭대표노조가 ‘교섭요구안’을 작성함에 있어서 특정 노조와 그 조합원을 차별하는 내용을 포함하는 경우, 반대로 특정노조나 조합원에 고유한 사항에 대해서 아무런 교섭요구안을 제시하지 아니하는 경우 등이다. 그런데 공정대표의무 위반을 다툴 수 있는 경우란 “합리적 이유 없이 특정 노조나 그 조합원을 차별”하는 경우로 제한되어 있으며, 그와 같은 차별이란 구체적으로 불리한 조치나 결과를 발생시키는 경우로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따라서 단순한 ‘계획’이나 ‘교섭요구안’ 만으로는 아직 차별이 현실화 되었다고는 할 수 없으므로 공정대표의무 위반에 따른 시정신청의 대상으로 삼기는 어렵다고 생각된다. 단체교섭자체가 구체적 사정에 따라 언제나 요구안 대로 진행되는 것은 아니며 교섭과정에서 변경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와 같은 차별적 내용을 담은 교섭요구안이 실제로 단체협약으로 체결된 경우에 비로소 공정대표의무 위반으로 인정될 것이다. 다만, 교섭중이라도 구체적인 차별행위가 객관적으로 발생한경우에는 언제나 공정대표의무 위반이 문제될 수 있으므로 교섭대표노조가 교섭요구안을 작성하기 위한 논의절차에서 특정 노조를 의도적으로 배제하거나 그 노조를 다른 노조와 달리 취급한 경우에는 그와 같은 배제행위 또는 불리한 취급을 공정대표의무 위반에 따른 차별시정의 대상으로 삼을 수 있을 것이다.

특정 노조나 그 조합원에 대한 차별이 공정대표의무 위반이기 위해서는 그와 같은 차별에 ‘합리적 이유’가 없어야 한다. 합리적 이유가 있는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특정 노조나 그 조합원에 대한 차별이 발생하게 된 원인과 그 목적과의 관계를 구체적ㆍ개별적으로 검토 하여야 한다. 즉, 단순히 교섭대표권이 없는 노조와 그 조합원을 상대로 특별한 이유 없이 차별대우를 정한 것인지 아니면 그 차별대우에 대한 객관적인 이유가 존재하는지 그리고 경우에 따라서는 노조간 또는 조합원간에 일정한 이익조정의 결과로 부분적으로 차별이 발생한 것은 아닌지 여부가 소명되어야 한다.

 

3. 공정대표의무 위반시 시정 절차

(1) 신청인 및 피신청인

노조법에 따르면 공정대표의무 위반에 의한 차별이 발생한 경우 노동위원회에 그 시정을 구할 수 있는 자는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 참여한 노동조합”이다. 그에 따르면 ①노동조합만이 공정대표의무 위반에 따른 차별시정을 노동위원회에 구할 수 있을 뿐이므로, 그 조합원은 차별의 시정을 요구할 수 있는 신청권자가 될 수 없다. 만약 개별 조합원이 차별을 당했다고 주장한다면 소속 노동조합을 통해 시정신청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② 노동조합이 차별시정 신청권을 행사할 수 있기 위해서는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 참여 하였으나 교섭대표노조의 지위를 갖지 못하여야 한다. 따라서 교섭창구단일화절차에 참여하지 아니한 노조는 시정절차에 참여할 수 없다. 또한 2개이상의노조가위임 또는 연합의 방식으로 교섭대표노조로 정해진 경우에는 그 복수의 노조가 모두 하나의 교섭대표노조를 구성한다고 보아야 하므로 그 중의 어느 한 노동조합에 대해서는 신청인 자격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해석된다. 노조법 제29조의2 제4항에 따라 교섭대표노조를 선정할 수 없는 경우에는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 참여한 모든 노조가 공동으로 교섭대표단(공동교섭대표단)을 구성하는데 공동교섭대표단의 일원인 노조가 다른 구성원 노조를 상대로 공정대표의무 위반을 이유로 시정신청을 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공동교섭대표단은 하나의 동일한 교섭당사자로 보아야하므로 그 구성원 내부간에는 공정대표의무가 적용될 여지가 없다. 따라서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 참여하였음을 전제로 법률상 공동교섭대표단 구성에 참여할 수 없는 전체 조합원의 10% 미만으로 조직된 노동조합이나, 임의로 공동교섭대표단에 참여하지 아니한 노동조합이 그 공동교섭대표단과 사용자를 상대로 공정대표의무 위반에 따른 차별시정 신청을 할 수 있다고 생각된다.

 

(2) 신청기간 및 처리절차

노동조합이 교섭대표노조 등의 공정대표의무 위반으로 차별을 당하였다고 판단한 경우에는 그와같은 차별행위가 있은 날로부터 3개월 이내에 그 시정을 신청할 수 있다(노조법제29조의4 제2항). 즉, 신청기간 3개월의 기산점은 차별행위가 있은 날이다. 따라서 일상적인 조합활동이나 쟁의행위 관련 업무에서 차별행위를 하거나 또는 단체협약의 내용 자체에는 문제가 없지만 실제로 단체협약을 적용하는 과정에서 다른 노조의 조합원을 차별하는 경우에는 그 차별행위가 있은 시점부터 3개월의 신청기간이 기산된다. 반면에 ‘단체협약의 내용의 일부 또는 전부’가 공정대표의무위반에 따른 차별적 내용을 포함하고 있는 경우에는 그 단체협약의 체결일이 신청기간의 기산점이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경우는 그 규정 자체가 차별적 내용을 담고 있어 공정대표의무의 위반이 확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노동위원회는 노동조합이 공정대표의무 위반에 따른 차별시정 신청을 받은 경우 지체없이 필요한조사와 관계 당사자에 대한 심문을 개시하여야 하며, 심문을 할 때에는 관계 당사자의 신청이나 직권으로 증인을 출석하게 하여 필요한 사항을 질문할 수 있고, 관계 당사자에게 증거의 제출과 반대심문을 할 수 있는 충분한 기회를 부여하여야 한다(노조법시행령제14조의12 참조). 처리기간에 대해서는 별도의 규정이 없으나, 노동위원회의 절차를 준용하도록 한 노조법의 전체 취지를 고려하여 노동위원회규칙상 심판위원회의 처리기간을 준용하면 될 것으로 생각된다. 공정대표의무 위반을 판단하기 위해서는 차별의 존재 및 합리적 이유의 존재가 입증되어야 한다. 그 입증은 일반적인 입증 책임분배의 원칙에 따라 차별의 존재여부는 이를 주장하는 노동조합이, 합리적 이유의 존재는 이를 주장하는 교섭대표노조와 사용자가 부담한다고 해석된다. 이는 차별에 관한 다른 법령의 규정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3) 시정명령과 불복절차

교섭대표노조와 사용자의 차별행위가 공정대표의무 위반으로 인정된 경우에는 관계 당사자에게 구제명령으로써 불합리한 차별의 시정에 필요한 조치를 명하고, 반면에 공정대표의무를 위반하지 않는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기각결정을 내리게 된다(노조법제29조의4 제3항참조). 구제명령이나 기각결정은 언제나 서면으로 해야 하며, 교섭대표노조와 사용자 및 그 시정을 신청한 노동조합에게 각각 통지해야 한다(노조법시행령제14조의12 제5항). 노조법에 따르면 노동위원회는 합리적 이유가 없는 차별이라고 인정되면 그 시정에 필요한 명령을 내려야 하므로 시정명령에는 단지 공정대표의무 위반 사실의 인정만으로 충분하지 아니하고, 불합리한 차별의 시정을 위하여 구체적으로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내용을 포함할 수 있다. 노동위원회의 시정명령 또는 기각 결정에 불복하는 경우에는 부당노동행위 구제명령에 대한 불복절차가 준용되며, 그 불복절차 기간 중에 재심신청이나 행정소송을 제기하지 아니하면 그 명령이나 결정은 확정된다(노조법 제85조). 교섭대표노조와 사용자가 확정된 시정명령에 따르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벌칙이 적용된다(같은 법 제89조 제2호: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

 

4. 관련 문제

(1) 공정대표의무 위반의 단체협약의 효력

노동위원회가 단체협약의 내용 일부 또는 전부가 공정대표의무를 위반하였다고 인정한 경우 그 단체협약의 효력이 문제된다. 원칙적으로 노동위원회의 구제명령이 바로 노사간의 사법상 법률관계를 발생 또는 변경시키는 것은 아니므로 공정대표의무 위반에 대하여 노동위원회의 시정명령이 있다고 해서 그것이 직접 관련 단체협약의 내용을 무효로 만드는 것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다만, 노동위원회가 공정대표 의무위반에 따른 차별임을 인정하고, 관련 위반 내용을 재교섭하거나 취소하라는 취지의 구제명령을 내리게 되면 더 이상 당사자에게 단체협약상의 평화의무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보아 언제든 새로 교섭 및 쟁의행위를 할 수 있다고 생각된다. 그 밖에 차별을 당한 노조나 조합원은 차별이 시정될 때까지 현실적으로 발생한 손해에 대해서는 노동위원회의 시정 절차와는 별개로 법원에 손해배상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2) 교섭대표노조의 지위에 미치는 영향

노조법은 공정대표의무를 위반한 교섭대표노조의 지위에 대해서는 아무런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다른 노조와 그 조합원을 차별하는 교섭대표노조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교섭대표노조의 지위를 박탈하거나 교섭대표기간을 제한하는 불이익을 부과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일 것이다. 그렇지만 다시 교섭대표노조를 정하는 절차를 밟는다고 해도 역시 같은 노조가 교섭대표노조가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공정대표의무를 위반한 교섭대표노조에 대해서는 법률에 의하여 일정기간 동안 교섭대표노조가 될 수 있는 자격 자체를 제한하지 않는 한 실효성 측면에서 부정적인 평가가 내려질 수 있다. 또한 그 노조를 제외하면 현실적으로 노사의 대등한 교섭을 담당할 수 있는 교섭파트너를 찾기가 곤란한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러한 이유에서 노조법은 공정대표의무 위반의 차별행위에 대하여 개별 사안별로 노동위원회를 통한 신속한 사후적 구제만을 규정한 것으로 이해된다.

 

※ 출처 : 한국노동연구원 박지순

728x90
반응형